선시안 강연과 '더 스파이크'
스타트업의 IP,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지난 금요일, 좋은 기회로 오랜만에 학교에 방문해 ‘선시안’이라는 회사의 대표님이 진행하시는 강연을 들었다. 덕분에 선시안이라는 회사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되었다. 강연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이제 모바일 게임의 IP화가 더 이상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이제는 게임을 포함한 모든 매체에서 IP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마블, 포켓몬, 세븐나이츠, 쿠키런,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IP가 가진 힘은 이미 증명되고 있다. 하지만 성공한 IP를 발전시켜 사용자들에게 다시 선보이는 것은 이미 성공한 기업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선시안의 해답: ‘스포츠’
이러한 질문에 선시안은 ‘스포츠’라는 답을 내놓았다.
모바일 게임이 약세고 영화관 이용객이 줄어들어도, 스포츠는 아주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우리 곁에 있었다. 나처럼 땀 흘리기를 싫어하고 집에만 있는 사람들에게도 2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은 좋은 이야깃거리다. 또한 스포츠를 주제로 한 만화, 소설, 게임, 영화 등은 모두에게 친숙하다.
이렇게 친숙한 소재를 사용하면 사용자들이 더 가깝게 느끼고 익숙해지기 쉽다. 자잘한 게임 규칙이나 운영 방식을 배경지식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게임에 입문하기도 수월해진다.
‘더 스파이크’와 ‘마술적 사실주의’
‘더 스파이크’의 성공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 기억에 남은 또 다른 하나는 사실적인 스포츠 게임이 아닌, 소위 ‘초능력 스포츠’라는 점이다.
‘런닝맨’이 왜 재미있을까? ‘추격전’이라는 모두에게 익숙한 소재에 방송사의 제작비와 인력으로만 만들 수 있는 판타지적 요소가 더해졌기 때문에 큰 인기를 얻었다. ‘쿠키런’이 ‘윈드러너’보다 롱런한 이유도 비슷하다. 현실적이고 잔잔한 ‘점수 몇 배 뻥튀기’ 같은 능력이 아니라, 눈이 즐겁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요소가 일반적인 달리기 게임에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대표님의 설명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 느낀 바로는, ‘더 스파이크’는 배구 게임이긴 하지만 NBA나 FIFA 시리즈처럼 초고도화된 그래픽으로 진지하게 실력을 겨루는 느낌보다는, 추억의 ‘대두축구’처럼 간단한 시스템 안에서 다양한 능력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었다. 그러면서도 근본은 배구의 규칙을 따르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입문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런 장르를 만화나 소설에서는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부른다고 한다. SF(Science Fiction) 장르와의 차이점은, 세계관 전체가 과학적 설정이나 판타지로 뒤바뀌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와 비슷한 곳에서 일부 캐릭터나 사건에만 특별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도라에몽’, ‘개구리 중사 케로로’ 초기 시즌, 그리고 어떻게 보면 BBC의 ‘셜록’ 시리즈까지도 마술적 사실주의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겠다.
세계관의 확장과 선시안의 미래
앞서 언급한 스포츠 이야기와 이어지는 내용인데, 이처럼 사람들에게 익숙한 소재에 재미를 더한 ‘더 스파이크’는 상당히 흥미로운 게임이다. 선시안 또한 배구 게임 하나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다양한 게임을 개발할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팬층이 두터움에도 라이선스를 독점한 곳이 없는 야구, 축구, 농구 같은 스포츠에 ‘마술적 사실주의’를 결합하고, ‘더 스파이크’의 세계관을 확장시켜 나간다면 어떨까? 같은 세계관 안에서 다른 스포츠 게임들까지 만들어낸다면, 선시안은 탄탄한 IP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담
선배님, 멋있다! 더 스파이크 크로스도 나무위키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