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바람, WASD 조작법

리그 오브 레전드에 곧 WASD 조작법이 도입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정식 출시 이전에 생각을 한번 정리해 둘 필요를 느껴 글을 쓴다.

WASD 조작법이란, 기존의 마우스 클릭으로 이동하던 RTS 방식에서 벗어나 키보드의 WASD 키로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는 방식이다. 이 변화가 특히 원거리 딜러 유저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카이팅’이 매우 쉬워지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초당 수 번의 클릭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적에게 마우스를 올려둔 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만 하면 되니 누구나 신들린 듯한 카이팅이 가능해진다. 당연히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예견된 변화, 와일드 리프트

하지만 나는 이 변화가 갑작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게는 ‘와일드 리프트’라는 모바일 사촌이 있다. 와일드 리프트는 캐주얼한 게임성과 독자적인 유저 풀을 바탕으로, 본 서버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왔다. 신발 업그레이드나 일부 메커니즘이 와일드 리프트를 거쳐 본가에 적용된 것을 생각하면 쉽다.

와일드 리프트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나는 조작 방식이 매우 새롭다고 느꼈다. 조이스틱으로 캐릭터를 직접 움직이고 공격은 자동화되는 방식은 지금 도입될 WASD 조작법과 유사하다. 물론 와일드 리프트는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시작하는 신규 게임이었고, 이것이 유일한 조작법이었기에 부작용이 덜했다. 그럼에도 나는 언젠가 이 시스템이 리그 오브 레전드에 적용될 것이라 믿었다. 오래전, ‘BoxBox’라는 리븐 플레이어가 컨트롤러로 화려하게 게임하는 것을 보며 따라 하고 싶었던 기억도 난다.

신규 유저 유입과 밸런스 문제

결론적으로 와일드 리프트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시스템이 본가에 와서 실패할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인다.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거대한 게임일수록 신규 유저 유입은 매우 중요하다. 진입 장벽을 낮추어 더 많은 플레이어를 유치하는 것은 게임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물론 새로운 조작법이 기존 방식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력하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라이엇 개발진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두 조작법 간의 밸런스를 천천히 조절해 나갈 것이라 밝혔으니 지켜볼 일이다.

조작의 한계와 대안

하지만 내가 정말 집중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이번 WASD 조작법은 왼손으로 캐릭터를 움직이면서도, 여전히 오른손 마우스로 스킬 방향을 지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색함이 느껴진다. 기존에는 왼손으로 스킬을, 오른손으로 이동과 조준을 모두 담당했다면, 이제는 왼손으로 이동, 오른손으로 조준을 하게 되니 마치 제3의 손으로 스킬을 써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라이엇은 Shift+클릭 등 다양한 입력 방식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아직은 어색하고 이것이 최선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여기서 나는 두 가지 대안을 제안하고 싶다.

1. 컨트롤러 조작 지원 첫 번째는 키보드에 앞서 컨트롤러 조작을 먼저 도입해보는 것이다. 왼쪽 조이스틱으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오른쪽 조이스틱으로 스킬 방향을 정하는 방식은 어떨까? 와일드 리프트의 조작 체계를 참고하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방식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뒤 WASD 도입을 고려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2. 마우스 없는 플레이 두 번째는 컨트롤러의 조작계를 키보드에 옮겨, 아예 마우스 없이 플레이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의 유저가 키보드와 마우스 환경이라는 점을 감안한 생각이다. 왼손의 WASD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오른손의 방향키로 스킬 방향을 지정하는 것이다. 논타겟 스킬은 문제가 없을 것이고, 타겟팅 스킬은 가장 가까운 적에게 자동으로 조준되는 ‘자석 효과’를 넣으면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되면 마법사 챔피언들의 스킬 적중률이 급상승하는 등 또 다른 밸런스 문제가 생길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아이디어의 하나로 봐주면 좋겠다.

결론: 새로운 유저들을 환영하며

빠르게 생각을 나열해 보았다. 전반적으로 나는 WASD 조작법 도입이 새로운 유저 유입을 이끌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힘들게 했는데, 너희는 왜 쉽게 해?”라는 식의 고약한 심보를 부릴 필요는 없다. 어차피 오래 플레이한 유저들은 새로운 유저들보다 숙련도가 높을 테니 문제 될 것 없지 않은가.

페이커가 다시 한번 쏘아 올린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전성기, 이 흐름 속에서 철권의 ‘이지 모드’와 같은 WASD 조작법이 잘 녹아들어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