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 10을 보고 떠오른 생각
얼마 전 나도 모를 이유로 어릴 적 즐겨보던 애니메이션인 Ben 10을 다시 찾게 되었다. 어릴 땐 그냥 재밌는 능력을 가진 외계인들이 나와서 팡팡 싸우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고만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 다시 보니 정말 똑똑한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애니메이션이 회를 거듭할수록 똑같아지거나 재미없어지는 루즈함을 버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Ben 10은 이런 관점에서 정말 큰 이점을 안고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Ben 10의 영리한 장치
Ben 10은 기본적으로 한 아이가 고장 난 외계인 변신 장치로 슈퍼히어로 역할을 하는 이야기다.
- 다양한 능력 활용: 다양한 외계인으로 변신할 때마다 각기 다른 능력을 사용하며 상황의 루즈함을 덜어준다. 한 에피소드 안에서도 여러 능력을 가진, 다르게 생긴 외계인들이 화면을 채우고, 다음 에피소드에서 동일한 외계인이 사용되는 일이 적어 피로감이 줄어든다.
- 예측 불가능성: 그럼에도 외계인에 익숙해지고 사람들이 적응하기 시작할 때 생길 수 있는 지루함을 대비한 장치가 한 가지 있었는데, 바로 외계인 변신 장치인 옴니트릭스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 예를 들어 불이 필요한 상황에 불을 다루는 외계인으로 변신하고 싶어도, 고장 난 시계 때문에 전혀 뜬금없는 외계인이 등장하게 된다.
- 이로 인해 주인공은 의도치 않은 위험에 빠지게 되고, 상황에 맞지 않는 외계인을 창의력과 지혜로 타파해 나간다.
- 이는 ‘불이 필요할 땐 불을 쓰면 된다’는 당연한 법칙에서 벗어나, 불을 쓸 수 없는 상황을 억지로 만들어 이야기의 생동감을 불어넣고 반전을 줌으로써 지루함을 덜어낸 것이다.
- 새로운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등장: 또한 사람들이 지겨워할 때쯤이면 그냥 새로운 외계인을 등장시키면 그만이다. 이 우주는 얼마나 넓은가? Ben 10의 세계관에는 이미 수많은 외계인이 등장하기에, 시계가 업데이트되어 갑자기 새로운 외계인 한두 마리가 추가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것 또한 플롯의 일부로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하면서 극의 재미를 이어나간다.
게임에 적용해본다면?
여기까지는 그냥 방구석에서 유튜브를 보다가 생각한 내용이지만, 갑자기 메모장을 켠 이유는 비슷한 트릭을 게임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쿠키런, 세븐나이츠 같은 수집형 모바일 RPG에서는 여러 캐릭터를 수집한 뒤 전투에 나설 때는 일부를 골라 플레이하게 된다.
이때 1번부터 5번까지의 슬롯에 전투에 데려갈 캐릭터를 선택해 놓았을 때, 30% 확률로 1번 캐릭터, 10% 확률로 2번 캐릭터가 나오는 식으로 그 스테이지를 플레이할 캐릭터가 랜덤하게 선택된다면, Ben 10이 가진 이점을 얍삽하게 게임에서도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예상되는 문제점
당연히 이 방법은 장점보다 단점이나 우려되는 점이 훨씬 많다.
- 반복적인 플레이의 짜증: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원하는 캐릭터를 매번 플레이할 수 없다는 점이 반복되면 짜증과 귀찮음으로 다가올 것이다.
- 전투 포기 및 재입장: 앞선 예시처럼 불이 필요한 상황에 불을 다루는 캐릭터가 랜덤 확률로 뽑히지 않으면, 바로 전투를 포기하고 해당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재입장하며 확률을 돌리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 성장 격차 문제: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은 이벤트와 보상으로 신규/복귀 유저에게 한두 개의 뛰어난 성능을 가진 캐릭터를 몰아주고 나머지 캐릭터들은 성장이 더딘 상황이 많은데, 이런 환경에서는 잘 적용되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론
결론에 다다르니 사실 쓸모없는 생각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이렇게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확장시켜 저장하고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재밌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즐기는 데도 말이다. 이래서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어렵다고 하나 보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