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의 경쟁전은 플레이어에게 공정한 경쟁 환경을 제공하고 지속적인 동기를 부여한다. 오버워치의 랭킹 및 매치메이킹 시스템이 어떻게 플레이어의 실력을 측정하고, 어떤 의도로 매칭을 구성하는지 역기획 분석해보았다.

1. 개요

  • 게임: 오버워치 (Overwatch)

  • 분석 주제: 랭킹 및 매치메이킹 시스템

  • 분석 목표:

    1. 플레이어의 실력을 측정하고 보여주는 방식(티어, MMR)을 분석한다.

    2. 공정한 게임을 만들기 위한 매치메이킹 로직과 역할 고정(Role Queue) 시스템의 기획 의도를 파악한다.

    3. 랭킹 시스템이 플레이어의 동기 부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다.

2. 오버워치 랭킹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

오버워치의 랭킹 시스템은 크게 4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작동한다.

  1. 보이는 실력 (티어 및 등급):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마스터, 그랜드마스터, 챔피언.

    • 플레이어에게 현재 위치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시즌 보상의 기준이 되는 시각적 지표이다.
  2. 숨겨진 실력 (MMR - Matchmaking Rating):

    • 시스템이 판단하는 플레이어의 실제 실력 수치. 매 게임의 승패 및 성과에 따라 변동한다.

    • 모든 매치메이킹은 이 MMR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3. 역할 고정 (Role Queue) 시스템:

    • 돌격, 공격, 지원(1-2-2) 역할군을 강제하고, 역할군별로 별도의 랭킹(티어 및 MMR)을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4. 매치메이커 (Matchmaker):

    • 대기열에 있는 10명의 플레이어를 MMR 기준으로 조합하여, 양 팀의 평균 MMR이 거의 동일하게 (승률 50%에 가깝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3. 핵심 기획 주안점

주안점 1: MMR(숨겨진 실력)과 티어(보이는 실력)의 이원화

현상

  • 플레이어는 자신의 정확한 MMR 수치를 알 수 없으며, 브론즈 5, 골드 1 등급의 티어만 볼 수 있다.

  • 게임에서 승리(혹은 패배)해도 티어가 즉각 변동하지 않고, 일정 승수/패수를 쌓거나(과거 방식) 게임 후 퍼센티지만 보여준다(현재 방식).

  • 분명히 5승 1패를 했는데도 티어가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해 플레이어들이 혼란을 겪기도 한다.

기획 의도

  • 래더 불안감(Ladder Anxiety) 완화: 오버워치 1 시절에는 매판 ±25점씩 점수가 오르내리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여주었다. 이는 패배 시 즉각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했고, 점수 하락이 두려워 경쟁전을 기피하는 현상을 만들었다. 티어 변동 주기를 길게 두어, 개별 판의 패배가 주는 스트레스를 완화하려 했다.

  • 숫자가 아닌 성장에 집중 유도: ±25점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는 대신, 5승을 달성하는 과정, 즉 장기적인 실력 향상에 집중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 MMR과 티어의 괴리 (혼란의 원인): 플레이어가 연패 중이라 MMR이 골드 5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보이는 티어는 아직 플래티넘 5일 수 있다. 이 상태에서 5승 1패를 해도, 시스템은 MMR을 티어(플래티넘 5)로 끌어올리는 중이므로 티어 변동이 없거나 하락할 수 있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혼란을 주지만, 시스템은 보이는 티어보다 MMR을 더 신뢰한다는 증거이다.

주안점 2: 역할 고정(Role Queue) 시스템의 도입

현상

  • 플레이어는 경쟁전 시작 전, 돌격/공격/지원 중 원하는 역할을 선택해야 한다.

  • 매칭은 반드시 1돌격, 2공격, 2지원(오버워치 2 기준)으로 조합이 강제된다.

  • 각 역할군마다 별도의 티어와 MMR이 존재한다. (예: 돌격-다이아, 공격-골드)

기획 의도

  • 최소한의 경기 품질 보장 (조합 안정화): 역할 고정 도입 이전(오버워치 1 중기)에는, 5~6명이 공격군을 선택하여 조합이 망가지고 시작부터 패배가 확정되는 게임이 빈번했다. 역할 고정은 1-2-2라는 최소한의 조합을 강제로 보장하여, 매 경기의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 역할군별 실력의 정확한 측정: 그랜드마스터급 공격수 유저라도, 돌격군 실력은 플래티넘일 수 있다. 만약 랭킹을 통합하면, 이 유저가 돌격군을 플레이할 때 그랜드마스터급 게임에 잡혀 팀에 민폐를 끼치게 된다. 랭킹을 분리하여, 해당 유저가 플레이하는 역할군에 맞는 공정한 매칭을 제공한다.

  • 희생 감수 (대기 시간 증가): 이 시스템의 기획 의도는 명확하다. 인기가 적은 역할군(주로 지원, 돌격)의 매칭 시간은 짧아지고, 인기가 많은 역할군(공격)의 대기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즉, 긴 대기 시간을 감수하더라도 조합이 망가진 불쾌한 게임을 없애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안점 3: 50% 승률을 지향하는 매치메이킹 로직

현상

  • 매치메이커는 양 팀의 평균 MMR이 최대한 50:50에 가깝도록 플레이어를 구성한다.

  • 플레이어들은 흔히 연승 뒤에는 반드시 연패가 찾아오는 경험을 하며, 이를 강제 50% 승률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기획 의도

  • 공정한 경쟁의 정의: 시스템 입장에서 가장 공정한 매치는 양 팀의 승리 확률이 50%인 게임이다. 이것이 매치메이커의 존재 이유이다.

  • 실력의 검증과 안정화 (연승과 연패의 이유): 플레이어가 연승을 한다는 것은, 현재 MMR보다 실력이 높다는 뜻이다.

    1. 연승을 하면 MMR이 빠르게 상승한다.

    2. 시스템은 상승한 MMR에 맞춰 더 어려운 상대(더 높은 MMR 보유자)를 매칭시킨다.

    3. 플레이어는 자신과 실력이 비슷하거나 더 높은 상대를 만나 승률이 50%에 수렴하게 되며, 이것이 자신의 실력에 맞는 티어(안정화 구간)이다.

  • 강제 50%는 오해인가?: 시스템이 의도적으로 연패를 시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승으로 MMR이 오른 플레이어가 더 어려운 상대를 만나 패배하는 것은, 공정한 50% 매치를 찾으려는 시스템의 자연스러운 작동 원리이다. 플레이어는 이 과정을 불쾌한 경험(강제로 패배 유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4. 결론 및 느낀 점

기획 주안점 요약

오버워치의 랭킹 시스템은 하나의 절대적인 가치를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1. 경기 품질을 위해 대기 시간을 희생한다. (역할 고정)

  2. 즉각적인 패배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투명성을 희생한다. (MMR/티어 이원화)

  3. 장기적인 동기 부여를 위해 단기적인 성취감(매판 점수 변동)을 희생한다. (티어 상승 주기)

느낀 점

  • 통계적 공정함 vs 플레이어의 체감 공정함: 오버워치의 매치메이커는 통계적으로(MMR 평균) 공정한 게임을 만들고 있지만, 플레이어는 그렇게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팀 게임이라는 특성상, MMR로 측정할 수 없는 변수(팀워크, 소통, 그날의 컨디션, 고의 트롤)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기획자는 결국 통계가 아닌 플레이어의 체감(Perceived Fairness)을 관리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 투명성과 스트레스의 반비례 관계: 오버워치 1의 점수제는 매우 투명했지만 스트레스가 높았고, 오버워치 2의 티어제는 스트레스를 낮추려다 투명성을 잃어 혼란을 야기했다. 랭킹 시스템 설계는 이 투명성과 스트레스 관리 사이의 줄다리기라는 것을 느꼈다. (결국 최근 패치로 다시 오버워치 1의 방식과 유사하게, 매판 변동폭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회귀하고 있다.)

  • 역할 고정은 필요악: 긴 대기 시간은 분명 고통스럽지만, 6공격 조합이 난무하던 시절의 불쾌한 경험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이는 게임의 핵심 플레이 경험을 지키기 위한 어려운, 그러나 필수적인 결정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