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역기획] 컵헤드(Cuphead) - 튜토리얼 및 초반 유저 경험
독특한 아트 스타일과 높은 난이도로 유명한 컵헤드(Cuphead)는 신규 플레이어의 초반 경험 설계에 있어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이 문서는 헤드의 초반 플레이 경험을 다시 체험하고, 플레이어를 게임의 핵심 메카닉으로 유도하는 과정을 역기획 분석해보았다.
1. 개요
-
게임: 컵헤드 (Cuphead)
-
분석 주제: 튜토리얼 및 초반 유저 경험 (First Time User Experience)
-
분석 목표: 1. 극악한 난이도로 알려진 컵헤드가 어떻게 신규 플레이어에게 핵심 조작과 시스템을 학습시키는지 분석한다. 2. 플레이어의 즉각적인 이탈을 방지하고 도전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기획 의도를 파악한다.
2. 컵헤드의 초반 유저 경험 흐름
컵헤드의 초반 유저 경험은 명확한 단계(Phase)를 거치며, 플레이어에게 게임의 핵심 규칙을 점진적으로 주입시킨다.
| 단계 (Phase) | 핵심 경험 | 플레이어 행동 | 시스템의 역할 (기획 의도) |
|---|---|---|---|
| Phase 1: 내러티브 도입 | 오프닝 컷신 (동화책) | 감상 (수동적) | - 1930년대 카툰 스타일의 독특한 아트워크로 즉각적인 시각적 몰입 유도. - 악마에게 영혼을 저당 잡혔다는 명확한 서사적 동기 부여. |
| Phase 2: 오버월드 (Hub) | 잉크웰 섬(Inkwell Isle) | 이동 (좌/우) | - 메뉴가 아닌 플레이 가능한 맵을 통해 조작의 즉각적인 체득 유도. - 플레이어의 첫 번째 능동적 조작(이동)을 안전한 환경에서 경험. |
| Phase 3: 명시적 튜토리얼 | 엘더 케틀(Elder Kettle)의 집 | 튜토리얼 NPC와 대화 → 튜토리얼 진행 | - (필수) 점프, 사격, 대시 등 기본 조작 학습. - (핵심) 패리(Parry)를 강제로 성공시켜야만 튜토리얼을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 |
| Phase 4: 첫 상호작용 | 사과 NPC와 대화 → 상점(Porkrind’s Emporium) 발견 | 대화, 상점 입장 | - 첫 NPC와의 대화를 통해 코인(재화) 3개 획득. - 즉시 상점으로 유도하여 업그레이드(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의 존재를 인지시킴. |
| Phase 5: 첫 실전 (선택) | Run & Gun 스테이지 (Forest Follies) |
플랫포머 전투 진행 | - 보스전이 아닌 횡스크롤 플랫포머를 먼저 제시. - 다수의 약한 적을 상대로 기본 조작(사격, 점프, 대시) 숙련도 향상. - 실전에서 패리가 가능한 오브젝트(분홍색)를 시각적으로 인지시킴. |
| Phase 6: 첫 관문 (보스) | Boss 스테이지 (The Root Pack) |
보스 패턴 파악 및 전투 | - 튜토리얼에서 배운 모든 메카닉(이동, 사격, 대시, 패리)을 종합적으로 테스트. - 패턴 학습이라는 컵헤드 보스전의 핵심 규칙을 체감. |
3. 핵심 기획 주안점
컵헤드의 초반 유저 경험은 어려운 게임이라는 본질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이것이 우리가 만든 규칙이니, 반드시 익혀라라고 정직하게 선언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주안점 1: 패리(Parry)의 강제 학습과 명확한 보상 설계
현상
-
튜토리얼(엘더 케틀의 집) 마지막 구간은 패리를 성공해야만 나갈 수 있는 함정 구조로 되어 있다. 플레이어는 여기서 패리를 배울 수밖에 없다.
-
패리에 성공하면 EX 게이지가 1칸 즉시 충전된다.
기획 의도
-
패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컵헤드의 모든 레벨 디자인과 보스 패턴은 패리를 전제로 설계되었다. 만약 플레이어가 튜토리얼에서 패리를 선택적으로 배우고 넘어갔다면, 이후 스테이지에서 극심한 좌절을 겪고 이탈했을 것이다.
-
가장 중요한 메카닉의 선행 학습: 튜토리얼에서 강제로 패리를 성공시키는 것은,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생존기이자 공격(EX 스킬) 자원 수급기를 플레이어의 근육 기억에 각인시키는 과정이다.
-
즉각적인 시청각적 보상: 패리 성공 → 경쾌한 사운드 → EX 게이지 1칸 충전이라는 즉각적인 보상 피드백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패리는 좋은 행동임을 인지시킨다.
주안점 2: 암시적 튜토리얼로서의 첫 번째 스테이지 (Run & Gun)
현상
-
플레이어는 튜토리얼 직후, 보스(The Root Pack)와 런앤건(Forest Follies) 스테이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덜 위협적으로 보이는 런앤건 스테이지를 먼저 선택한다.
-
이 스테이지는 보스전보다 플랫포머(발판 점프)와 다수의 적 처리에 집중되어 있다.
기획 의도
-
진짜 연습장 제공: 엘더 케틀의 집이 조작법을 알려주는 명시적 튜토리얼이라면, Forest Follies는 배운 조작을 실전에서 연습하는 암시적 튜토리얼이다.
-
사격 + 이동의 동시 수행 훈련: 보스전은 회피에 집중해야 하지만, 런앤건은 이동하며 사격하는 능력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킨다.
-
패턴 학습의 예고편: 보스전의 복잡한 패턴과 달리, 런앤건의 적들은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패턴을 사용한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컵헤드의 모든 적은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학습시키는 예행연습이다.
주안점 3: 선택권 부여를 통한 초반 스타일 확립 (상점)
현상
-
첫 번째 스테이지에 도전하기도 전에, NPC가 재화(코인 3개)를 공짜로 주며 상점으로 유도한다.
-
플레이어는 이 코인으로 Smoke Bomb(대시 중 무적)이나 Spread(넓은 범위 사격) 등 강력한 업그레이드를 즉시 구매할 수 있다.
기획 의도
-
어려움에 대한 보완 장치 제시: 게임의 높은 난이도를 제시함과 동시에,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단(업그레이드)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려주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
플레이어의 공략 스타일 결정:
-
Smoke Bomb을 구매한 플레이어: 회피 위주의 플레이를 선호하게 된다. -
Spread를 구매한 플레이어: 근접 고화력 위주의 플레이를 선호하게 된다.
-
-
이 첫 번째 선택은 플레이어가 게임의 어려움에 어떻게 접근할지 스스로 결정하게 만들며,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공략한다는 능동적인 태도를 유도한다.
4. 결론 및 느낀 점
기획 주안점 요약
컵헤드의 초반 유저 경험은 정직한 예고와 필수요소의 강제 학습으로 요약된다.
-
이 게임은 1930년대 카툰 풍의 아름다운 게임이다. (시각적 매료)
-
하지만 패리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핵심 메카닉 강제 학습)
-
네가 배운 것을 여기서 연습해 봐라. (암시적 튜토리얼 - 런앤건)
-
도움이 필요하면 이 아이템들을 사용해라. (어려움의 보완책 - 상점)
-
준비됐으면, 이제 첫 번째 시험(보스)이다. (종합 테스트 - 보스전)
느낀 점
-
불친절함과 불명확함은 다르다: 컵헤드는 난이도가 불친절할지언정, 규칙이 불명확하지 않다. 초반 경험은 플레이어에게 생존에 필요한 모든 규칙과 도구를 명확하게(심지어 강제로) 쥐여준다. 알려줄 건 다 알려줬으니, 이제 네 실력에 달렸다고 말하는 셈이다.
-
튜토리얼 함정의 중요성: 튜토리얼에서 패리를 못하면 나가지 못하게 막아버린 설계는 정말 감탄했다. 만약 이 장치가 없었다면 90%의 플레이어가 패리를 제대로 익히지 않고 넘어가, 얼마가지 못해 이 게임은 불합리하다며 이탈했을 것이다. 합리적인 어려움을 제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강제 학습 장치였다.
-
초반 선택의 가치: 첫 보스를 깨기도 전에 업그레이드라는 강력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은 플레이어에게 게임을 깰 방법은 많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단순히 어려운 게임이 아니라, 공략하는 재미가 있는 게임임을 초반 30분 안에 완벽하게 각인시킨 훌륭한 초반 경험 설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