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뜬금없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TV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면 셰프들은 볶음밥 같은 요리를 할 때 프라이팬 스냅만으로 현란하게 재료를 섞고 뒤집는다. 나와 같은 요리 초보자들은 몇 번 시도해 볼 수는 있겠지만, 음식을 쏟을까 봐 자신감이 부족하고 어질러진 주방을 치울 생각에 시도조차 꺼려진다. 결국 뒤집개 같은 다른 도구를 사용하게 될 뿐, 프라이팬 자체를 흔들어 요리하지는 않게 된다.

문득 프라이팬 모양을 조금만 바꾸면 볶음밥을 만들거나 재료를 섞는 과정이 훨씬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중의 팬들은 끝부분이 45도 정도로 살짝 올라와 있거나 둥근 형태가 대부분이다. 만약 이 끝부분을 90도 이상으로 더 구부려 안쪽을 향하게 만든다면, 아무리 세게 흔들어도 내용물이 밖으로 튀어나갈 일이 적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양은 요리가 완성된 후 음식을 그릇에 옮겨 담거나 다른 종류의 요리를 할 때 오히려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아이디어가 한 단계 더 발전했다. “굳이 모든 면을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프라이팬을 3등분(손잡이 포함 4면)하여 각 면에 다른 기능을 부여하고, 그에 맞춰 다르게 디자인하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되었다.

1. 앞면: 뒤집기와 섞기를 위한 디자인

아이디어의 핵심이다. 손잡이 반대편에 위치한 앞면은 가장자리를 깊게 파고 다시 팬 중앙을 향해 살짝 구부러진 형태로 만든다. 이렇게 하면 볶음밥을 섞거나 계란 프라이를 뒤집고, 오믈렛을 만들 때 내용물이 밖으로 튀지 않고 쉽게 조리할 수 있다. 팬을 흔드는 동작이 가장 편한 방향이므로, 요리의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2. 오른쪽 면: 따르기 편한 디자인과 간이 체

손잡이를 잡았을 때 오른쪽에 위치할 이 면은 입구를 약간 좁게 만들어 국물이나 소스를 따르기 쉽게 디자인한다. 파스타 같은 요리를 할 때 왼손으로 팬을 잡고 오른손의 젓가락이나 집게로 면을 플레이팅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용물이 넓게 퍼지지 않고 가운데로 모여 깔끔하게 담을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추가로, 이 부분에 탈부착 가능한 스테인리스 마개를 구성품으로 제공한다. 마개를 덮으면 팬의 다른 면은 막히고 이 부분으로만 물을 따라 버릴 수 있어, 파스타 면수를 버릴 때 유용한 간이 체(스트레이너)가 완성된다.

3. 왼쪽 면: 도구 거치대

마지막 왼쪽 면은 일반적인 프라이팬 모양을 유지하되, 가장자리에 몇 개의 홈을 파서 각종 요리 도구를 거치하기 쉽게 만든다. 요리 중에 사용하는 국자나 뒤집개, 젓가락 등은 무게 중심이나 길이에 따라 팬 안이나 밖으로 떨어지기 일쑤다. 이 홈이 도구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