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단어

서론

얼마전 지인과 LCK T1 vs KT전을 다시보기로 볼 기회가 생겼다. 당시 상황이 세 경기를 모두 풀 경기로 볼 시간이 없었기에 좀 더 짧은 영상을 시청하게 되었는데. 지인은 하이라이트를 보자고 하였고. 나는 3세트를 보자고 하였다. 지인은 한 세트만 골라서 볼 경우 재미없는 세트가 당첨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으로 모든 경기를 볼 수 있는 하이라이트를 선택하였다 하였고. 이때 내가 지인을 설득하며 했던 생각이 좀 더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적게 되었다.

본론

당시에 그냥 넘어갔던 주제인데. 한국의 아시안컵 축구를 보며 다시 생각이 들게 되었다. 축구로 예를 들자면 하이라이트는? 이 선수가 얼마나 멋있게 골을 넣었는지? 이 선수가 달리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또한 매우 긴 경기에서 골이 별로 터지지 않는 축구 특성상. 가장 클라이막스인 골과 명장면들을 이어서 볼 수 있는 것은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경기들이. 골 로만 이루어진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골과 점수의 개수이지만.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 꼴이 들어갈까?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재밌어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이라이트를 보면 공이 상대편 진영에 가 있는 상태로. 우리 팀 선수들이 공을 가지고 시작한다. 그 뒤로 엄청 멋있는 플레이를 보여주지만. 어쩌다 그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인지, 어쩌다가 상대팀은 자기 진영에 공이 오도록 허용한 것인지 알 방법이 없다. 축구 풀 경기를 천천히 보다 보니. 우리 선수들이 자신의 위치와 팀원의 위치를 생각하며 얼마나 다각도로 전술을 바꾸는지 볼 수 있었다.

LCK 또한 마찬가지다. 쵸비가 멋있게 미드에서 상대방의 갱을 받아내며 오히려 둘을 잡아버리는 모습, 구마유시가 한타에서 물리고 시작했음에도 엄청난 피지컬로 살아나는 모습도 물론 멋있지만. 어쩌다가 구마유시가 위험에 처하게 됐는지, 쵸비가 갱이 왔음에도 도망가지 않고 맞서 싸운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한 리그오브레전드는 추가로. 킬로만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아니다. 킬 개수가 적더라도, 타워 개수가 적더라도 넥서스만 부수면 끝나는 게임이기에 축구보다도 더욱더 하이라이트가 아닌, 다른 경기 양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론

오해를 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전부 나의 개인적인 LCK 시청 방법을 설명한 것이다. 하이라이트를 보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고. 하이라이트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바뀌어야 할 이유도 없다. 다만 하이라이트는 하이라이트로서, 풀 경기는 풀 경기로서 각자의 다른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시청하면 더욱 즐겁게 경기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풀경기 또는 편집된 경기들을 보며 경기의 양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한번 즐긴 뒤에, 하이라이트 보며 “아 이땐 이랬지? 정말 잘했다” 하고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기억할 한 마디 [E-Sports]

“기승이 있어야 전결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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